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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인생 이야기

블레이드 러너 2049 : 인간이 만든 인간보다 인간다운

by 행부로 2024. 3. 1.

 

- 자그만치 35년을 기다린 영화

 

1982년은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한 E.T. 의 해였습니다.

 

우리나라는 2년이나 늦게 개봉을 했지만 E.T. 캐릭터 상품과 만화, 음악 등 외계인 캐릭터를 어디서든 볼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우리집에서도 조그만 E.T. 인형이 있었습니다.

 

외계인 신드롬을 만들어낸 영화 E.T. 와 함께 나온 전설적인 SF 영화가 있었으니 그 영화가 바로 '블레이드 러너'입니다.

 

두 작품 다 SF 영화이지만 E.T. 와 블레이드 러너는 전혀 다른 반응을 받습니다.

 

블레이드 러너는 비평과 흥행에 모두 참패를 하게 되죠.

 

블레이드 러너는 거장 리들리 스콧 감독이 에일리언의 성공 이후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제작한 영화였습니다.

 

당시에는 거의 졸작으로 평가 받았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1990년대 VHS 비디오가 보급되면서 극장이 아닌 집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환경이 되었습니다.

 

개봉 때 영화를 접하지 못한 사람들이 영화를 보면서 평가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사이버 펑크의 시초. SF 명작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런 명작으로 꼽히는 작품의 후속작이 바로 블레이드 러너 2049입니다.

 

2017년에 개봉을 했으니 무려 35년만에 만들어진 후속작입니다.

 

블레이드 러너 2049는 시카리오와 듄 시리즈로 유명한 드니 빌뇌브가 연출을 맡았습니다.

 

주연으로 대세 배우 라이언 고슬링이 출연하고 1편의 주인공 해리슨 포드도 반가운 얼굴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는 1편에 대해 깊은 인상 때문에 2편에 대한 기대가 우려가 컸습니다.

 

과연 어떻게 1편의 스토리를 연결할 것인가. 걸작의 후속 편이 또 걸작이 될 수 있을까.

 

저는 일단 드니 빌뇌브를 믿어보자하고 영화를 처음 봤습니다.

 

 

- 기다린 보람이 있으나 기다린 사람만 좋아한 영화

 

영화는 전편과 마찬가지로 우울한 미래의 분위기를 화면에 담았습니다.

 

화려하면서도 웅장하고 암울한 분위기와 음악이 잘 어울리면서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영화의 특수효과가 발달하다보니 전편보다 훨씬 볼거리가 많아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전편을 감상하지 않은 분들이라면 영화를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심지어 저처럼 전편을 여러번 본 사람도 '왜 갑자기 이런 얘기가 나오지?'라고 이해가 안 될 때도 있었으니까요.

 

물론 대사를 유심히 읽으면 알겠지만 그래도 따라가느라 벅찬 부분이 있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영화 개봉 전에 전편과 후편의 연결고리가 될 만한 애니메이션과 단편영화를 만들었더군요.

 

영화 메트릭스가 2편 개봉전에 애니 메트릭스와 게임을 통해 영화 이외의 내용을 전달하려고 했던 것처럼요.

 

게다가 러닝 타임이 길고 천천히 흘러가는 전개에 화끈한 액션이나 빠른 긴장감을 기대했던 관객들에게는 실망감을 줬을 수도 있습니다.

 

인간의 본성, 그리고 인간과 같은 인조인간에 대한 철학적 접근이 어려울 수도 있고요.

 

그래서 그런지 영화는 손익분기점이 3억 5천만 달러임에도 불구하고 2억 9천만 달러의 수익으로 적자를 낸 작품이 되었습니다. 

 

물론 워낙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 작품에다가 15세 이상 등급(미국 R등급)이다 보니 수익을 내기가 쉽지는 않았겠지만 그럼에도 기대만큼의 성적은 아니었습니다.

 

- 우리는 AI보다 인간적인가

 

영화에서 나오는 레플리칸트(인조인간을 영화에서는 레플리칸트라고 합니다.)는 인간보다 더 인간적으로 나옵니다.

 

그들은 연민을 느끼고 사랑을 느낍니다.

 

그에비해 인간은 목적 달성을 위해 피도 눈물도 없는 행동을 하곤 합니다.

 

레플리칸트는 인조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에게 함부로 대할 수 없습니다.

 

인간은 그들을 멸시하고 조롱합니다.

 

마치 다른 인종, 다른 부류의 사람들을 혐오하듯이 말이죠.

 

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분될 수 있는 부분이 생각을 할 수 있고 이성을 소유한 부분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레플리칸트들도 생각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합니다.

 

이제 인간과 레플리칸트의 유일한 차이는 생물학적인 차이로 번식이겠죠.

 

인조인간은 기본적으로 번식하지 못합니다.

 

만약 인조인간이 스스로 번식을 할 수 있다면 말 그대로 새로운 종의 탄생이 됩니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새로운 종의 탄생이죠.

 

영화에서 인간은 레플리칸트가 번식을 하게 만들고 싶어합니다.

 

이유는 노동력 때문이죠. 만드는 것보다 더 싸고 더 빠르고 많이 생산(?)할 수 있으니까요.

 

역시 비인간적입니다.

 

신이 보기에 인간과 레플리칸트 중 누가 지구에 존재해야 할 종족이라고 생각할까요.

 

레플리칸트를 만든 것은 인간이지만 인간은 신이 될 수 없고 오히려 신에게 쫓겨나게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