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눈은 사람의 마음을 설레이게 만든다
어느 영화의 대사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매우 인상적인 대사가 있었습니다. "첫눈을 맞으면 설레는 이유는 첫사랑의 감정들이 하늘로 올라가 첫눈이 되어 내리기 때문이래."
하늘에서 느리게 떨어지는 눈을 보면 기분이 좋습니다. 눈이 쌓여 하얗게 변한 세상도 매우 아름답습니다. 보통 첫눈은 많이 오지 않지만, 올해 첫눈은 정말 많이 내렸습니다.
게다가 잘 뭉쳐지는 습설로 내려서 눈사람 만들기에 아주 좋은 설질이었죠. 첫눈이 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는데, 온 세상을 덮을 정도로 많이 내려 하루아침에 하얀 세상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덕분에 무거운 눈을 치우느라 땀을 좀 빼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저는 눈이 오는 것이 좋았습니다. 산에 오르기 전까지는 말이죠.
- 이전에 보지 못한 산속 풍경
11월에 내린 폭설이라 며칠만에 눈은 거의 녹았습니다. 눈이 어느정도 녹은 것을 확인하고 여느때처럼 산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산의 모습은 이전에 본 산의 모습과 많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곳곳에서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부러진 나무들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심지어 부러진 나무가 등산로를 덮친 곳도 있었습니다. 다행히 다친 사람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뿌리채 뽑힌 나무까지 있었습니다. 등산로 주변에서 부러지거나 뽑힌 나무도 많았는데 보이지 않는 산속에서는 얼마나 많은 나무들이 다쳤을까요. 태풍에도 이렇게 많은 나무들이 쓰러지거나 뽑히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 과유불급
'논어'에는 공자가 제자들에게 지나치거나 모자람 없이 적당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가르쳤습니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너무 많으면 좋지 않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아름다운 눈도 너무 많이 오면 생명을 위협하는 자연재해가 될 수 있습니다.
수십 년 혹은 수백 년 동안 산을 지키던 나무들도 2024년 첫눈에 생명을 잃었습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적당함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어릴 때는 최고와 최대라는 단어에 매료되었지만, 극단을 추구하면 그만큼 반작용 혹은 대가가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젊을 때는 한 번쯤 극단을 추구해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경험이 나이를 먹으면서 지혜를 만드는 자양분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중년 이후에는 극단을 추구하면 눈 맞은 나무처럼 부러질 수 있습니다. 젊은 나이라면 다시 씨를 뿌리고 새싹을 키울 시간이 있지만, 중년 이후에는 새로 나무를 키울 시간이 없기 때문에 부러지면 그대로 끝날 수 있습니다.
부러진 나무들을 보면서 균형의 필요성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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