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돼지로 변해버린 남자
돼지는 꿈에서 보면 좋은 동물이지만 돼지 같다는 표현을 들으면 그리 기분 좋은 느낌은 아닙니다. 만약 나의 모습이 돼지로 변해버린다면 어떻게 해서든 원래 모습으로 바꾸고 싶을 거예요.
하지만 스스로 돼지로 변해버린 남자가 있습니다. 그는 공격용 비행기를 조종하면서 현상금 사냥꾼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혼자만의 공간에서 살고 있으며 외부로부터 간섭을 싫어하는 모양새입니다. 하필 그는 돼지로 변하고 세상과 교류하지 않고 지내는 걸까요?
미야자키 하야오는 돼지로 변해버린 남자를 왜 주인공으로 만들었을까요?
- 아이들이 유독 좋아하지 않는 하야오의 영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1990년대까지 제작한 영화는 아이들부터 어른까지 모두 좋아하는 만화영화를 제작하였습니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천공의 섬 라퓨타' '이웃집 토토로'를 보면 아이들도 모두 재미있어하고 좋아합니다.
그런데 유독 '붉은 돼지'는 아이들이 그리 재미있어하지 않습니다.
저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을 어려서부터 좋아했기 때문에 제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을 함께 보곤 했습니다. 아이들은 그의 작품들(특히 1980~90년대)을 몇 번씩 보면서 재미있어하는데 '붉은 돼지'는 별로 재미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 중에서 가장 많이 본 영화가 '붉은 돼지'입니다.
이 영화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관객이 아닌 본인을 위해 만든 영화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본인이 좋아하는 것들을 두루두루 넣어놨죠.
비행기, 지중해 유럽, 반전, 스스로 삶을 개척하는 강한 여성이 모두 나옵니다.
비행기를 유독 좋아하는 미야자키 하야오에게 유럽을 배경으로 한 전투기 조종사들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겠죠.
이 작품에서 나오는 비행기는 모두 미야자키 하야오가 직접 디자인을 했다고 합니다. 게다가 비행기 전투신을 보면 비행기술을 정확히 표현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냥 그린게 아니라 비행기 역학을 고려해서 그린 거죠.
참고로 제가 뽑은 일본 애니메이션 중 프로펠러 비행기 전투씬의 최고는 '붉은 돼지'입니다. 그리고 현대 전투기 전투씬은 '에어리어 88', 우주 전투씬은 '마크로스'를 뽑고 싶습니다.
이렇게 미야자기 하야오 본인이 하고 싶은걸 다 넣은 작품이다 보니 어린이들의 눈에는 어른들의 생각이 재미가 없을 수도 있죠.
- 자세히 보면 아름다운 로맨스 영화
어느 여자가 돼지로 변해버린 남자를 좋아할까요?
이 돼지로 변해버린 남자는 전쟁을 일삼는 사람들을 저주하고 전쟁 때문에 멀리 떠나보낸 사람들을 아쉬워하며 인간이 아닌 돼지의 삶을 선택합니다.
전쟁으로 서로를 죽이는 인간은 돼지보다 못하다는 것이죠.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멀어지기 위해서 돼지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극 중 여자 주인공인 마담 지나는 주인공 돼지(포르코 로쏘)의 친구이자 전우 베르니니의 부인이었습니다. 베르니니는 결혼한 지 며칠도 지나지 않아 전투 중에 사망합니다.
포르코는 어려서부터 지나와 친한 사이였지만 베르니니와 결혼을 한 지나와는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베르니니가 죽은 후 돼지가 됐고요.
앞서 얘기했듯이 인간들에게 그리고 지나와도 멀어지기 위한 선택인 것 같습니다.
베르니니가 사망한 지 수년이 흘렀고 지나도 항상 포르코를 기다립니다. 포르코는 지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시니컬하게 행동합니다.
포르코와 지나는 서로를 생각하고 있으나 표현하지는 못합니다.
포르코는 비행기 사고 후 되돌아와 가장 먼저 간 곳이 지나의 호텔입니다. 그곳에서 그녀를 위해 곡예비행을 보여줍니다.
낮에 한 번도 찾아온 적 없는 포르코를 매일 정원에서 기다리던 지나는 그의 곡예비행을 감동적으로 바라봅니다.
그 순간 지나는 앞으로 둘의 인생을 결정 했는지 모릅니다.
포르코도 마지막 결투(?)를 끝으로 안식처인 지나에게 간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이 영화는 반전 영화이면서도 성인들의 로맨스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성인들의 주제를 표현하고 있으니 아이들에게는 재미가 없을 수도 있죠.
하지만 아름다운 지중해를 표현한 장면들, 곳곳에 숨어있는 유머 등 영화를 봐야 하는 요소들은 많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지금은 작품성이 높은 영화를 만들어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이어 두 번째 아카데미상을 수상하셨지만, 예전 작품들이 보여주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 영화도 극장에서 보지 못한 게 너무나 아쉽습니다.
넷플릭스를 통해 감상하실 수 있으니 못 보신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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