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문을 기다리던 시절
제가 수학능력시험을 보던 시절에는 인터넷 서비스가 대중화되어 있지 않았던 시절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수능 다음날 조간신문을 통해 정답을 알 수 있었습니다.
수능 다음날 아침 저는 자명종을 맞춰놓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새벽 5시에 눈이 떠졌습니다.
해가 떠오르지 않은 어둑한 밤, 마당에 던져진 신문을 들고 제 방으로 조용히 들어왔습니다.
아직 정리하지 않은 이불 위에서 신문에 인쇄된 정답과 수험표 뒷면에 적어 놓은 답안을 비교해 가며 가채점을 해보았죠.
생각보다 괜찮게 본 것 같아서 나름 기분이 좋았습니다.
창 밖에는 아침해가 점점 떠오르면서 날이 밝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12년 동안 준비해온 시험 하나가 끝났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 생에 처음 '하면 된다'는 것을 알게 해 준 경험
저는 학창시절 그리 공부를 잘하던 학생은 아니었습니다.
인서울은 어렵다고들 했었죠.
공부도 시험기간에만 반짝하곤 했습니다.
고2가 끝날 때쯤 '대학 못 가면 안 되겠는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자연스럽게 공부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고3인데 공부를 안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었죠.
문제는 어떻게 공부하냐였습니다.
말도 안되는 얘기지만 목표는 SKY로 했습니다.
정말 말이 안 되는 목표였습니다. 당시에는 수능과 본고사를 함께 보던 시절이었는데 명문대는 모두 본고사를 봐야 했습니다.
저는 수능 점수도 제대로 안 나오는 학생이었습니다.
일단 계산하지 않고 하루종일 공부만 했습니다.
매월 1일 먼저 온 순서대로 교실 자리를 배정했는데 전 일부로 교탁 앞 맨 앞자리를 맡았습니다.
당시 고3은 마이너스 1교시부터 수업이 있었습니다. 7시 정도에 첫 수업이 있었죠.
그 수업을 듣기 위해서는 집에서 5시 반에는 일어나야했습니다.
정규 수업이 끝나고 학교 자율학습을 밤 10시까지 했습니다.
10시 자율학습이 끝난 후 사설 독서실에서 문 닫는 시간인 새벽 2시까지 공부를 하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집에 와서 잠이 안 오면 1시간 정도 더 공부를 했었습니다.
그렇게 하루에 3시간~4시간 자면서 공부를 했습니다.
토요일도 학교에 가야 하던 시절이라 일요일만 늦잠을 잤습니다.
고3 때 성적 올리기 어렵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별로 신경 안 쓰고 꾸준히 공부만 했더니 성적이 조금씩 오르는 게 보였습니다.
- 공부가 힘들지 않았다.
그 정도 공부하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시겠죠?
평소 늦잠이 많았기 때문에 잠이 부족한 것은 힘들었지만 정신적으로는 전혀 힘들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머릿속에서 '난 당당하게 대학 가서 놀 거야'라는 생각을 매일 했습니다.
대학을 못 간다는 생각은 안 나고 대학 가서 연애하고 노는 저를 상상했습니다.
대학 가서 놀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실제로도 대학가서 놀았습니다. 성적은 바닥...)
비록 목표하는 대학에 입학하지는 못했지만 저는 남들이 안된다고 하더라도 진짜 열심히 하면 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부정적인 걱정을 하는 것보다 된다고 생각하고 상상하는 것이 동기를 부여하고 힘을 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목표를 잡고, 된다고 생각하고, 결과를 상상하고, 꾸준히 실행한다.
알고 한 것은 아니지만 하고 보니 이게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이었습니다.
2025학년 수능 시험날 저의 입시 경험이 떠올랐습니다.
어리고 부족했지만 앞만 바라보고 달렸던 그 시절 추억이 아련하게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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